[암스쿨 기획] 항암제 개발의 현주소
2024.07.02 · 암스쿨
항암제 개발 역사
1943년, 최초의 항암제라 할 수 있는 화학 항암제 ‘나이트로젠 머스터드(호지킨 림프종 치료)’가 개발되었다. 50여년 후인 1997년에는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 ‘리툭시맙(Rituximab)’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1년에는 3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인 ‘여보이 (Yervoy, ipilimumab)’가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다.
3세대 면역항암제들은 암 자체를 공격하는 1세대와 2세대 항암제와는 달리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약제로서 면역 체크포인트억제제(CTLA4 억제제,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CAR-T와 같은 면역조절세포 치료제, 면역 바이러스 치료제 등 다양한 종류의 치료 약제들로 개발과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전체 항암제 시장에서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세계적 제약사들이 표적 항암제와 더불어 신약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암 진단 기술의 발전, 의료 기술과 의료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1997년 이후 본격 개발되고 있는 표적항암제와 2011년 이후의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에 힘입어 이제 5년 생존율이 70%대에 이를 정도로 항암 치료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은 어려운 질환이고 최신의 항암제들 각각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상 항암제의 개발 역사를 정리해 보면,
▶ 단기간에 증식하는 암세포의 특성을 찾아 공격, 정상세포까지도 공격하는 화학항암제
▶ 암세포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표적인자를 찾아 공격하여 정상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도록 한 2세대 표적항암제
▶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경로를 막거나 면역세포 자체를 더 강하게 만들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잡도록 돕는 3세대 면역항암제로 요약될 수 있다.
각 항암제들의 문제점
우선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의 경우에는 정상 세포까지도 죽이는 등의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함으로 인해 암 환자들의 치료에 따르는 막대한 고통과 함꼐 정상 세포까지도 공격함으로서 치료에 대한 커다란 부담을 안겨 준다.
표적 항암제의 경우에는 암세포가 갖고 있는 수없이 많은 체성 돌연 변이 세포 각각에 맞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항암제 내성의 문제를 갖고 있어서 조건이 맞는 소수에게만 효과를 가져다 주는 한계점과 아울러 암세포의 또 다른 변이에 따른 내성의 문제로 완전 관해에 이르지 못하면 새로운 항암제로 교체해야만 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몸 속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을 없애는 치료제인 면역 항암제의 경우에도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일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해 주는 바이오 마커가 없고 치료에 시간이 지체될 수가 있으며 면역체계 교란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4세대 항암제 대사항암제
약으로 혹은 면역 세포를 활용하여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서 사멸시키는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와는 달리 대사항암제는 암세포의 대사(생존,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에너지 생산의 화학적 반응)를 차단, 암세포가 에너지 공급을 받지 못하도록 해 굶겨 죽이는 다른 종류의 항암제이다.
암세포와의 직접적인 싸움이 아닌 성장에 필요한 대사를 차단하여 아사시키는 치료제인 것이다. 돌연변이 유전체 특성보다는 정상 세포와 구별되는 암세포의 대사적 특성을 파악해서 에너지의 보급을 차단함으로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인 것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르게 비정상적 대사경로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무제한적 증식에 필요한 분자 구성요소(molecular building blocks)를 생성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세포는 대부분 산소에 의존하는 산화인산화(OXPHOS) 경로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비해, 암세포는 효율성이 높은 이 경로 대신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때 산소로 포도당을 태우지 않고 효모균처럼 발효시켜 포도당을 분해하는 호기성 해당 작용 식의 에너지 대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대사 효율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에너지를 신속하게 구할 수는 있게 되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젖산이 생성되게 된다. 대사 항암제 연구의 출발로 인정 받고 있는 1921년 독일의 생화학자인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Otto H. Warburg)의 연구에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200배 이상의 포도당과 글루타민산을 소비하며 주로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호기성 해당과정을 통하여 ATP 뿐만 아니라 세포 분열에 필요한 구성요소인 핵산, 아미노산, 지질 등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찾아냈는데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한다.
대사항암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
대사항암제가 기존 항암제의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학계에서는 개발 가능성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대사항암제가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가설이고, 앞으로의 연구개발 방향과도 부합하지만, 임상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란 반응이다. 대사항암제가 과거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실패한 만큼, 바이오 업계가 현재 개발된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임상을 통해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종양혈액내과)는 "대사항암제의 기전이 이론적으로는 꽤나 설득력 있고 매력적이다"면서도 "신체는 실험실의 계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암도 세포의 일종인 만큼 공격에 대한 회피전략을 만드는 한편, 우리 신체도 암 세포의 에너지를 차단하는 대사항암제 기전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보다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인 만큼 임상시험 결과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개발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 대사항암제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사를 조절해 항암효과를 갖는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정상세포의 대사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정상세포도 대사활동을 하며, 암 세포의 대사활동과 다르지 않은데 그 차이를 구분해 암 세포만 특정해 대사활동을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암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자고 정상세포까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암 세포의 대사활동 기능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우리 몸의 대사활동 기능도 억제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암 세포가 갖고 있는 특정 활동을 공격하는 기전을 뒷받침할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만큼 대사항암제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 김강모 교수(소화기내과)도 "대사항암제라는 게 뜬구름 잡는 가설이 아닌 만큼 신약 개발 가능성을 단정짓긴 어렵다며 그간 여러 연구를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연구개발의 방향성은 맞다"고 말했다.
암세포의 분자적 특징
항암제 개발의 역사는 암세포의 분자적 특징을 살펴 보면 그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암세포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전통적으로는 하나의 유전자와 한 가지의 기능 이상만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암유전체의 서열분석을 통해 더 많은 유전자 이상이 발견돼, 복잡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들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다. 2011년 Weinberg 교수는 ‘Cell’이라는 저널에 ‘모든 암에서의 분자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발표했다.
① 성장인자 지속방출(sustaining proliferative signaling)
종양 유전자가 작동하면 외부의 자극 없이도 암세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
② 성장억제인자 회피(evading growth suppressors)
정상 세포는 어느 정도 증식 후 성장을 멈추지만, 암세포에서는 종양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으로 증식이 억제되지 않는다.
③ 면역반응 회피(avoid immune destruction)
암세포는 수많은 변형을 통해 숙주의 면역반응을 무력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④ 무한증식(enabling replicative immortality)
암세포는 마치 줄기세포와 같은 특징들을 가진다.
⑤ 염증반응(tumor promoting inflammation)
염증반응은 암세포의 증식을 돕고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⑥ 침습과 전이(activating invasion, metastasis)
암의 예후가 나쁜 이유이다.
⑦ 혈관 생성(inducing angiogenesis)
암세포 또한 정상 세포처럼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므로 혈관 생성이 필요하다.
⑧ 유전체의 불안정성과 변이(genome instability & mutation)
유전체의 불안정성과 변이로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가속된다.
⑨ 세포사 회피(resisting cell death)
정상 세포와는 달리 암세포는 세포사멸에 저항하는 특성이 있다.
⑩ 세포 대사 변화(deregulating cellular energetics)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는 달리 빠른 성장을 위해 유산소 당 분해 대사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4년 7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