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암] 총상으로 위에 구멍난 청년으로부터 시작된 위 생리학
2023.12.05 · 권은주 기자
인류 역사에는 우연한 발견으로 시작한 수많은 업적들이 있다. 암스쿨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스토리암'은 인류 역사에 공헌한 연구자들의 놀라운 발견 이야기와 알아두면 유익한 '암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읽으면 건강해지는 ‘스토리암’, 암스쿨과 함께 인류 역사의 놀라운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1822년 6월, 미국 미시간의 맥키노 섬 모피상점 앞, 단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탕!"
모피 사냥꾼이 실수로 쏜 산탄총이 불과 몇 미터 앞에 서 있던 캐나다 사냥꾼 복부를 관통했다. 그의 이름은 알렉시스 세인트 마틴(Alexis St. Martin), 28세 청년이었다.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던 미 군의관 윌리엄 보몬트(Willian Beaumont)는 총상환자가 발생했다는 긴급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재빨리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복부 총상으로 왼쪽 폐 한쪽이 삐져나와 있었고 복부에 집게손가락만 한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에서는 아침에 먹은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보몬트는 그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몬트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지고 있던 주머니칼로 갈비뼈를 조금 잘라내 폐를 안쪽으로 되돌린 다음 습포제를 바르며 응급처치를 해 나갔다.
치료 과정 중 폐렴과 열이 발생했지만 마틴은 놀랍게도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6개월이 지났을 때 그는 대부분의 신체 기능이 회복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그의 위장에 난 구멍은 열려있는 채로 아물어 버렸다.
마틴에게는 충격이었지만 보몬트에게는 새로운 기회
그 당시 소화의 본질을 둘러싸고 대서양 양쪽에서는 과학적 논쟁이 활발했다. 위 기능에 대해 근육이 음식물을 간다거나 위에서 음식이 썩는다는 설이 돌았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구멍 난 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의사인 보몬트에게는 위장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보몬트는 마틴과 계약을 맺고 사고가 난 지 3년째 해부터 1833년까지 약 8년간 240회가 넘는 위장 실험을 진행했다.
보몬트는 실크 끈에 묶인 음식 조각을 마틴의 위 구멍에 삽입해 소화 기능을 관찰했다. 그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채소는 다른 음식보다 소화가 잘 안되고, 우유는 소화가 시작되기 전 응고되며, 차가운 위액은 음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알코올이 위염(위점막 염증)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입증했다.
그는 소화과정이 화학적 물질에 의해 이뤄진다고 믿었기에 위액 샘플을 여러 화학자들에게 보냈고, 결론적으로 위액에 유리 염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몬트는 이러한 철저한 실험의 결과를 1833년 ‘위액과 소화 생리학에 대한 실험과 관찰’이라는 28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출판했다. 그의 책은 즉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고 이후 개의 위장을 뚫어 실험한 베르나르와 파블로브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기반이 되었다.
알아두면 유익한 위 이야기
위는 보몬트가 발견한 것 같이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산을 내보내 세균과 미생물을 제거하고 펩신을 통해 단백질을 분해한다. 위산은 위를 통째로 녹여 버릴 수 있는 강산성 물질이지만 끈적끈적한 막이 위를 보호하고 있다. 보몬트는 알코올이 위벽을 상하게 하는 것을 목격했다. 어떤 작용때문에 그런걸까?
술에는 에탄올이 포함되어 있다. 에탄올은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에스트로겐을 증가시킨다. 또 에탄올이 분해되면서 높은 수치의 아세트알데이드가 생성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술을 마시면 속이 쓰린 이유는 위벽을 통해 흡수된 아세트알데히드가 위벽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속되면 위염, 위계양, 위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위를 상하게 하는 원인에는 술외에도 맵고 짠 음식과 찬 음식, 카페인이 든 음료,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와 같은 약물 복용, 흡연, 헬리코박테균 감염 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위점막이 손상되면서 위염이 생기고 상처 부위가 깊어지며 위궤양이 발생한다. 위암은 만성 위염, 식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유전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위암 증상으로는 상복부 불쾌감, 통증, 소화불량, 팽만감, 식욕부진 등이 있는데 이는 위염이나 위궤양과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양배추, 순무,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비타민K, U 등이 위장 내 유익균을 늘리고 항염과 손상된 위 점막 재생을 도와주고 감자는 위산 과다로 인한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위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 금주,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물 및 약물 과다복용을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3년 12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