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3’으로 보는 암 정복, 세계는 지금? ② 유방암 정복을 위한, ‘엔허투’와 ‘키스칼리’
2023.07.31 · 정성경 기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 정복,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또 결코 이뤄질 수 없는일은 아닌 듯 싶다. 매년,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의료기술들이 우리의 희망을 부채질한다.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 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다.
ASCO는 1964년 설립 이후 매년 70여 개국의 암 전문가와 글로벌 제약사 임직원 4만명 이상이 참석해 최첨단 치료법·솔루션 등을 논의한다.
지난 6월 2일부터 6일까지 미국 시카고 멕코믹플레이스에서 열린 ASCO 2023에서는 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이때 발표된 논문 초록만 5760여건에 달한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인 유한양행, GC셀, 제넥신, 에이치엘비 등이 17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과연 이번 ASCO 2023에서는 어떤 주제들이 주목을 받았을까? 암 정복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ASCO 2023에서 발표된 주요 주제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폐암 정복을 위한, ‘키트루다’와 ‘타그리소’
② 유방암 정복을 위한, ‘엔허투’와 ‘키스칼리’
③ 혈액암과 여성암에 등장한 치료제 스타들
④ AI를 만나 더 강력해지는 면역 항암제&표적 치료제
⑤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의료기술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230만 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68만 5천여명이 사망했다.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에 발생한 암 중 유방암이 10.1%로 5위를 차지했다. 매일 유방암 관련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이유다.
ASCO 2023에서도 유방암 정복을 위한 치료제들이 소개됐는데, 지난해에 이어 등장한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ㅍ‘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더 광범위해진 항암제로 이름을 올렸으며, 화이자의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 등이 소개됐다.
유방암에 다른 고형암들까지, 만능치료제 ‘엔허투’
지난해 ASCO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돌아왔다. 현재 엔허투는 HER2 발현 전이성 유방암과 위암 적응증을 갖고 있다.
‘엔허투’는 최근 한국유방암학회가 개정 발표한 '2023 제10차 한국유방암 진료권고안'과 유럽종양학회가 발표한 'ESMO PAGA 가이드라인(범아시아에서 채택된 ESMO 임상 진료지침)'에 등재됐다.
6월 5일 ASCO 2023에서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펀다 메릭-번스탐 박사가 '엔허투‘ DESTINY-Pantumor02 임상 2상 연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HER2 양성(IHC,면역조직화학, 3+/2+) 국소 진행성 또는 1차례 이상 전신 치료 후 전이돼 더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모집된 267명이다. 암종은 담도암과 방광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췌장암, 기타암(유방암, 위암,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을 포함했다.
그 결과, 중앙 추적관찰 9.7개월 시점에서 전체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37.1%,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1.8개월로 나타났다. 그 중, IHC 3+의 환자들은 객관적 반응률이 61.3%,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이 22.1개월로 치료 성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암종별로는 전체(IHC 3+/2+) 환자에서 자궁내막암은 57.5%, 자궁경부암이 50.0%, 난소암이 45.0%, 요로암이 방광암이 39.0%, 22.0%, 췌장암은 4.0%, 기타암은 30.0%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HER2 발현율이 높은(IHC 3+) 환자에서는 자궁내막암의 반응률이 84.6%에 달했고, 자궁경부암이 75.0%, 난소암이 63.6%, 방광암이 56.3%, 담도암도 56.3%, 기타암은 44.0%로 집계됐으나, 췌장암은 0%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HER2 발현율이 낮은(IHC 2+) 환자에서는 자궁내막암의 반응률이 47.1%, 자궁경부암이 40.0%, 난소암이 36.8%, 방광암이 35.0%, 췌장암이 5.3%, 기타암은 18.8%로 집계됐으나, 담도암은 0%였으며, 전체 환자에서는 27.2%로 집계됐다.
안전성에 있어 치료와 관련한 3등급 이상의 이상 반응은 58.4%였으며, 11.6%는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약물과 관련한 간질성 폐질환/폐렴은 18명(6.7%)에서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6명은 1등급, 11명이 2등급이었고, 3등급 이상은 5등급 1명만 보고됐다.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팀은 “유방암과 위암, 폐암, 부인암, 방광암 등 많은 암 유형에서 HER2가 발현되며, 이 경우 치료가 어렵고 치료 옵션도 제한적”이라며 “DESTINY-PanTumor02는 HER 발현 광범위한 암종에서 종양의 종류에 무관하게 진행한 최초의 다국가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허투는 특히 IHC 3+ 환자에서 지속적인 임상적 이점과 고무적인 반응률을 보였다”며 “이러한 중간 결과는 엔허투가 HER2를 발현하는 고형종양 환자에 잠재적인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조기 유방암에 강력한 효과, ‘키스칼리’
ASCO 2023이 열린 6월 2일 첫날, 노바티스의 ‘키스칼리’가 림프절 음성 환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UCLA 존슨 종합 암센터 데니스 J. 슬래먼 박사는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CDK4/6 억제제 '키스칼리'와 내분비요법 병용 보조요법을 평가한 NATALEE 임상 3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CDK는 세포 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세포주기 조절 단백질인 사이클린 D1-CDK 4/6 복합체 활동이 증가하면 세포 증식 조절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때 CDK 4/6를 억제하면서 암세포의 무제한 증식을 막을 수 있다.
CDK4/6 치료제들은 암세포 분화 촉진에 관여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DK)인 4와 6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이다. 일반적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나 풀베스트란트 병용으로 폐경 전·후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 유방암 1·2차치료에 사용한다.
NATALEE 임상 3상은 재발 위험이 있는 2~3기 HR+/HER2- 환자 5101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키스칼리와 내분비요법 투여군 2549명과 내분비요법 단독요법군 2552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키스칼리 투여 용량은 400㎎이며, 치료 기간은 3년이었다.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스칼리군은 대조군 대비 침습적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25% 낮췄다. 3년 시점에서 키스칼리군의 침습적 무질병생존율은 90.4%로 대조군 87.1%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키스칼리는 대조군 대비 원격전이 또는 사망 위험도 26% 줄였다. 3년 시점에서 원격 무전이 생존율은 키스칼리군 90.8%, 대조군 88.6%로 2.2%p 차이를 보였다.
또한 키스칼리는 전체생존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30.4개월(중앙값)의 추적기간 동안 키스칼리군은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24%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키스칼리보다 먼저 조기 유방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가 림프절 양성으로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키스칼리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도 포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버제니오보다 상대적으로 더 광범위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날 발표 후, 림프절 음성 환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에 청중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 갈채를 보냈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3년 7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