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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함께 있는 시간에 ‘사랑’을 더하면 ‘기적’

2023.06.02 · 정성경 기자

“이 책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는 충격적인 남편의 말기 암 진단으로 시작한다. 여명 육 개월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고 시작된 암 치료 과정에서 ‘아내’에서 ‘환자 보호자’로 바뀐 저자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담겼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마흔세 차례나 계속되는 남편의 항암치료 동안 느낀 불안, 아픔, 상실감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만한 웃음과 희망을 참으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좋지 않은 의학적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대하며 환자가 겪을 절망에 함께 괴로워하며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평생 암 환자를 치료해온 의사로서, 많은 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대표로서 모든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 책이 위로와 격려가 되길 소망한다.”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에 대한 추천사다.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분홍립스틱’을 불렀던 가수이자 저자 강애리자는 이 책을 “2021년 3월 29일 오후 3시 36분. 췌장암 4기, 여명 육 개월…….”라고 시작한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이는 평생 잔병치레 한번 없었던 그의 남편 박용수 씨. 이어지는 복통의 원인을 알아보자고 검사를 받으러 와서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사연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응급실에 접수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작해 입원과 퇴원, 계속되는 항암치료와 수술 그리고 마지막 43차 항암치료 후 완전관해(암 치료 판정 기준을 나타내는 용어의 하나로, 암 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 판정을 받기까지 647일 동안 치열한 날들을 기록하고 있다.

처음으로 ‘췌장암 4기, 여명 6개월’이라는 참담한 선고를 받았을 때, 저자는 남편에게 “자기야, 내 말 잘 들어. 췌장암 4기라서 자기 여명은 육 개월 남았대. 그런데 내가 그까짓 암 덩어리 꼭꼭 씹어서 삼켜 없애버릴 거야. 자기 절대 안 보내, 아니 못 보내. 내가 반드시 살릴 거니까, 나 믿지?”라고 이야기한다.

아침마다 각종 수치를 체크하고, 휴대폰 앱을 활용해 하루 3,000Kcal의 식단을 꼬박꼬박 제공하고, 잠든 사이에도 남편의 생사를 틈틈이 확인하는 날들을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눈물 대신 웃음, 원망 대신 사랑, 절망 대신 희망으로 서로 응원하며 생존율 1%의 기적을 향해 나아간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행복하기’를 실천하며

췌장에 있던 7.6센티미터의 암을 사라지게 만든 1%의 기적!

최초 진단 시 7.6센티미터의 암을 43차 항암치료와 수술 끝에 말끔히 사라지게 만든 647일 동안 그들에게 위기는 없었을까? 저자는 자신들도 누구나 겪는다는 ‘죽음의 5단계 감정변화’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와 그 남편이 남들과 달랐던 건 하나, 바로 긍정 마인드였다.

“우리 부부도 이 5단계를 거친 것 같은데, 워낙 긍정적인 저희라서 그런지, 처음에 놀라서 한 이틀 울었던 것 빼고는 1, 2, 3, 4단계를 잠깐 맛만 보고, 곧바로 ‘수용’이라는 5단계로 바로 접어든 것 같아요. 암이란 놈이 왔다고……, 육 개월 남았다고……, 울기만 하고 있다면 뭐 그놈이 없어집니까?”

“울거나 슬퍼해서 암이 없어진다면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루 종일이라도 울고 있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우리에게 닥친 일, 잘 달래 가며 즐겁게 살아가려고요”

그들은 자신들의 좌우명인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행복하기”를 거침없이 실천해나간다.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면서 행복한 내일을 꿈꾸었다.

암 환자들이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고 싶은 곳도 다 가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가장 중요한 보고 싶은 사람도 다 만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남쪽 지방으로 수차례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유튜브 방송도 진행하고, 제주도에까지 두 차례나 다녀오는 실천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KBS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도 출연하고, 암 환우와 보호자들을 위한 강연을 하는 등 병마가 쳐둔 감옥에 갇히길 거부하고, 더욱 과감하게 희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 까닭에 완전관해를 받은 마지막 날의 기록에 이런 감회를 남기며, 희망을 또다른 환우들에게 전했다.

“사람들은 저희 부부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저희 부부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이겨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실 겁니다.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있는데 기적이 그냥 찾아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은 저희의 노력, 눈물 대신 웃음, 원망 대신 사랑, 절망 대신 희망을 향해 하루하루 서로를 응원하고 나아간 그 노력의 결과라 믿습니다. 저희의 웃음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여러분께 드립니다.”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책 속으로

나는 당신만 괜찮다면 힘들더라도 주치의 선생님 말씀을 믿었으면 해. 당신과 나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 이렇게 셋이서 세발자전거의 페달을 계속 밟듯이 치료받았으면 싶어. 물론 자연치료로 나은 분도 계시지. 또 당신도 항암치료를 받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이 더 이상 나를 못 본다고 생각하면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항암치료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의사 선생님들 믿고 항암치료를 받았으면 해. 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0퍼센트가 아닌 1퍼센트……. 우리가 그 1퍼센트 안에 들면 되는 거잖아.

─ 48쪽

운다고 병이 낫는다면, 기꺼이 하루 종일이라도 울겠습니다. 암이라는 놈이, 아니 이 세상 모든 병이라는 놈이 우리의 눈물, 절망, 한숨을 먹으며 자란다지요. 하지만 이 놈들도 웃음, 희망, 즐거운 마음 앞에서는 졸아붙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반드시 길은 있을 거라 믿고 이제부터는 절대 울지 않으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한순간에 가족과 지인들의 곁을 떠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부터라도 사랑하며 즐겁게 살 수 있으니 이걸로 위안을 삼으렵니다.

─ 63~64쪽

항암치료의 또 다른 부작용 중 하나가 탈모라지요. 탈모로 빠진 남편의 머리카락을 줍고 있는데, 남편이 먼저 머리를 삭발하겠다 합니다.

두 달 전에 왕자님과 함께 갔었던 단골미용실로 갔습니다. 원장님께 남편 머리 삭발하러 왔다고 하니까,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시던 원장님께서 갑자기 마른 남편의 모습을 보고는 눈치를 채셨던 모양입니다. 별말씀 없이 의자에 앉으라 하시더군요. 중학교 입학 이후로 삭발은 해본 적이 없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던 왕자님이……. 삭발하는 도중에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저도 울고, 원장님도 따라 울고, 결국에는 셋이 같이 울었습니다. 저도 따라서 삭발을 하겠다고, 정말 그러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남편도 원장님도 극구 말리시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깟 머리카락은 언제고 다시 자랄 텐데…….

─ 90쪽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하니까 사람 많은 곳은 다니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그 말을 듣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남편이 아팠을 때, 이 사람 저 사람 말만 듣고, 몸에 좋다는 맛없는 환자식만 해주고, 여행 한 번 같이 못 가고 그냥 보낸 것이 가장 후회가 되네.”

형부를 먼저 보낸 친한 언니께서 해주신 조언을 듣고 저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여기저기 다니기로 한 것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잘한 결정인 듯합니다. 좋은 공기 코로 마시고, 멋진 풍경 눈으로 익히고, 맛있는, 아니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보고 싶은 사람 보는 게 진짜 행복이잖아요?

─ 119쪽

지난 일 년 동안 저희 부부의 생활과 생각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희 주위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우리 주위에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꽃 피는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감동하고,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이 터집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의 경이입니다. 아프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늘 ‘다음 주에……, 다음에……’ 하며 생각만 할 뿐 실행을 안 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시간을 쪼개 하고 싶은 일이나 보고 싶은 사람을 먼저 하거나 만나러 가고는 합니다.

─ 204쪽

제 인생의 끝이었을 것 같은 시간에 제 손을 잡아주고, 함께 힘들어하며 빛으로 꺼내준 남편처럼 이제는 제가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가기로 했습니다. 나 혼자 편한 꽃길을 걷기보다는 힘든 길이라도 남편을 꼭 살려내어 끝까지 함께 살아보렵니다. 열심히 달리다가 둘이 함께 넘어질지도 모릅니다. 가다 보면 내리막길도 있고 쉼터도 있겠지만, 끝까지 함께 가보렵니다. 남편을 살리고, 저도 살겠습니다.

─ 271쪽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3년 6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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