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어드바이저
일반건강

[책 리뷰]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

2022.12.09 · 정성경 기자

“결정의 순간들이 늘 힘들었다. 암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 옳은지,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받게 하는 게 괜찮은 선택인지... 어머니의 목숨이 걸린 결정인지라 참 어려웠고 고통스러웠다. 제 목숨이라면 오히려 쉬웠을 텐데, 아무리 제 어머니일지라도 제 판단에 생사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 또 두려웠다.”

한 매체에서 강제윤 시인에게 “말기 암 판정부터 수술 결정, 항암과 방사선 치료, 이후 회복과 쇠약을 반복하기까지 그 과정을 함께하느라 무척 힘드셨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라고 묻자 그가 한 대답이다.

‘입에 좋은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는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간병하며 SNS에 쓴 3년간의 일기다.

구강암은 입안의 혀, 혀밑바닥, 볼점막, 잇몸, 입천장, 후구치삼각, 입술, 턱뼈 등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전체 암의 3~5%를 차지하며 수술이 가장 주요하다. 암 부위가 너무 많이 퍼져있거나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이때는 연명 치료에 가깝다. 구강암 5년 생존율은 다른 암에 비해 낮다.

저자와 말기 암 판정부터 수술 결정, 항암과 방사선 치료, 이후 회복과 쇠약을 반복하기까지 책 속의 여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은이가 어머니를 간병하는 모습 속에서 오히려 어머니가 홀로 두고 떠날 아들을 위해 인생 수업을 가르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은이 역시 책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어머니 간병 시간은 나의 인생 수업 시간이었다. 이토록 멋진 수업을 내가 어디서 또 받아볼 수 있을까.”

저자는 1988년 ‘문학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문화일보의 '평화인물 100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섬 활동가로 『섬을 걷다』, 『부처가 있어도 부처가 오지 않는 나라』, 『숨어사는 즐거움』, 『보길도에서 온 편지』, 『어머니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출처 예스24
출처 예스24

“어머니, 당신의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2019년 10월 저자의 어머니가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아들은 밖으로만 떠돌며 어머니를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웠다. 많은 이들이 완치가 어려운 말기 암에, 연세도 많으시기에 어머니의 수술을 만류했지만, 식사조차 제대로 못 하시고 고통스러워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아들은 수술을 단행했다. 그리고 항암 치료와 서른 번의 방사선 치료까지 함께 견뎌냈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로 인해 입안의 정상세포까지 파괴된 어머니는 음식을 제대로 드시지 못해 점점 쇠약해지셨다. 그리고 구강암 진단 3년 만인 2022년 10월 영면하셨다.

이 3년 동안 아들은 페이스북에 어머니의 발병부터 치료 과정을 일기 쓰듯 꾸준히 올렸다. 이야기를 읽은 많은 사람의 응원과 조언, 그리고 다양한 도움 덕분에 어머니를 더 잘 돌봐드릴 수 있었다. 병석에 누운 후 어머니는 틈만 나면 아무 일도 못 하고 누워 있는 당신이 가치 없는 삶을 살고 계시다 한탄하셨다. 그래서 아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머니의 말씀과 의지에 감동받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당신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여드리고,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이 책은 태어났다.

“얼굴하고 발하고 똑같지. 다 같은 한 몸인데.”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일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의 노동과 비슷하다. 수고로움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으며, 환자가 회복되는 듯하다가도 또다시 나빠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이 모든 과정에 감사했다. 간병의 수고로움보다는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더 좋았고, 그 시간을 통해 어머니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위해 죽을 끓이고, 제철 과일을 갈아 주스를 만들고, 기저귀를 갈아드리며 모자간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어머니는 자신을 돌보는 아들에게 굴뭇국 끓이는 법, 동치미와 열무김치 담그는 법, 고추장 담그는 법 등 요리법을 전수해주었고, 인생을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남에게 피해 주고 살지 마라”,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고추장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다”, “얼굴하고 발하고 다 같은 한 몸이니 발도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 흔하디흔한 말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들에게 이 말들은 그 어느 경전의 경구보다 더 크게 다가왔으며, 그 어떤 스승의 말씀보다 지혜로웠다.

“노인 한 분을 돌보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관심을 가지고 돌보고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르신 한 분을 돌보는 데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저자가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나이 들어 노동력을 잃고 거동이 불편해진 부모님들은 결코 잉여인간이나 피부양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만든 세상에 살고 있고 그분들이 지어 올린 성채에서 안락을 누리고 살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아간다. 우리의 부모는 피부양자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다양한 조언과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다. 여수와 완도에서는 지인들이 전복을 보내오고, 중국 선양의 페친이 백두산 산삼을 보내주고, 호주, 캐나다, 미국에서도 어머니의 치료를 위한 다양한 의료 정보와 조언들을 알려주었다. 전 세계가 저자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애를 쓴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생생한 기록은 암 관련 정보뿐 아니라 인생의 선배에게, 이웃에게, 혹은 아픈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귀한 가르침을 선사한다. 결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따뜻한 위로와 떠나는 이도, 남겨진 이도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격려도 함께.

책 속으로

어머니는 어떤 스승으로부터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 병상에서도 날마다 아들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도록 일깨워주셨다. 발과 얼굴이 똑같은 한 몸이란 크나큰 깨우침을 주셨고, 늘 겸손해야 한다고 타일러주셨다. 고추장을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다”는 요리비법도 전수해주셨다. 툭툭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어떤 스승의 말씀보다 지혜로웠다. 그런 어머니 말씀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그래서 어머니 간병 시간은 나의 인생 수업 시간이었다. 이토록 멋진 수업을 내가 어디서 또 받아볼 수 있을까?

---「프롤로그」중에서

위중한 어머니를 모시면서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평생 불효하며 어머니를 고생시켰던 것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 어째서 어머니를 더 일찍부터 돌봐드리지 못했을까 후회막급일 뿐이다. 어르신 중에는 섬망이 오면 더러 폭력적으로 변하는 분도 있다는데 어머니는 언제나 너무도 유순하고 다정하셨다.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셨다. 마침내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도 자신의 고통보다 자식 걱정을 먼저 하셨다.

자신의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인간인데 그 초인적인 자세가 어찌 가능했을지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머니가 평생 삶 속에서 엄청난 인내와 정신의 수양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듯하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모시는 시간은 고난이 아니라 오히려 비할 데 없이 큰 은혜의 시간이었다. 어머니를 모시며 많은 삶의 가르침을 받았다. 어머니는 내 일생의 가장 큰 스승이셨다. 그토록 큰 스승을 어머니로 모시고 태어난 나는 얼마나 행운아였던가. 무한한 영광이었다.

---「임종」중에서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12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일반건강 다른 글

전체 보기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케어 어드바이저가 상황에 맞춰 1:1로 안내해 드립니다.

무료 상담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