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어드바이저
일반건강

[책 리뷰] 천 번의 임종 선언을 한 의사, “죽음은 모든 문제에 정답을 가지고 있다”

2022.10.21 · 정성경 기자

극심한 암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마음으로 돌보고, 천여 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임종 선언을 했던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 수없이 임종 선언을 했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죽음에 담담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삶과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천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지난해 출판되어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 비치도서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저자는 대구의료원 평온관에서 암환자의 고통을 함께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장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중 결혼을 하면서 공부를 중단하고 졸업 후 13년, 서른아홉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가정의학과 수련 과정 중 암성통증(암 환자가 겪는 통증)으로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하는 환자를 보며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고위 과정을 수료, 2008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의료원 평온관에서 호스피스 의사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의학박사나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의 의학 지식보다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시간이 호스피스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환한 웃음을 짓는 호스피스 환자들의 모습을 담아 사진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항암 요리를 만들어 환자의 가족들에게 선사하기도 하는 등 무채색의 호스피스 병동을 ‘컬러풀 호스피스’ 병동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5년 동안 800여 명의 환자에게 임종 선언을 해오면서도 여전히 죽음에 담담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편하더라도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평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도 있지만, 불효가 한으로 남아 떠나는 부모를 고집스레 붙잡는 자식,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아내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고 마지막에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도 있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는, 죽음의 맨 얼굴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하다가 부모나 배우자, 자식처럼 가까운 사람을 잃고 나서야 허둥지둥 죽음에 관해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또다시 현재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처럼 임종실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인생이라는 웅장한 공연의 커튼이 내려가는 그 순간, 당신과 나는 무엇을 뜨겁게 느끼면서 육체와 이별하게 될까.

죽음은 독학할 수 없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기때문에 죽음이 등 뒤로 들이닥쳤을 때 호스피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할 때 먼저 세상을 떠나는 선배에게 죽음을 배워야 한다.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편안하게 삶을 끝내는 환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두 가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암에 걸렸고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죽음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누구나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간혹 가족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면 상태가 나빠지리라 생각하고 감추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의외로 통증 조절도 수월하고, 심적으로도 더 편안해한다.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알고 숨이 찬 것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숨이 찬 것은 공포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환자는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더 숨이 차고, 숨이 차오르면 그만큼 더 불안하고 두렵다. 그러니 가족들은 암 환자를 나약한 존재로 단정 짓지 않고 아프기 전과 같은 인격체로 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맞닥뜨렸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을 때,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극단적인 바람이 들 때,

그럴 때는 나는 당신이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으면 한다.

죽음은 그 모든 문제들의 정답을 가지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다

“우리는 죽음 직전까지 행복해야 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후회하는 모습은 자주 본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릴걸,

김치찌개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사다 드릴걸,

그때 그런 말은 하지 말걸…….

- [본문 중에서]

모든 죽음은 슬프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 떠나더라도 우리는 죽음 직전까지 행복해야 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기억은, 죽음이라는 끝맺음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시간이다. 죽어가는 사람도 심장이 멈추기 직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이기에,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럽게 마지막 순간을 보내야 할 권리가 있다.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료의 도움을 받으면 죽기 직전까지 고통스럽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의학적인 상식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완성을 준비하는 곳이므로.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배운 것은 이해, 연민, 사랑처럼 따뜻한 단어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곳에 와서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촘촘히 얽힌 돈과 욕심, 그것들이 빚어낸 갈등과 비극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잠시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상상해볼 수 있길 바란다.

죽음은 호스피스 병동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다가, 잠을 자다가, 운전을 하다가, 죽음이 가자고 하면 우리는 두말없이 따라가야 한다. 누구나 죽음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기에 앞선 이들의 경험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장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과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준비해 두면, 남은 인생은 선물처럼 주어지고, 인생을 더욱 더 활기차고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10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일반건강 다른 글

전체 보기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케어 어드바이저가 상황에 맞춰 1:1로 안내해 드립니다.

무료 상담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