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정신건강관리, 선택이 아닌 필수
2022.10.04 · 정성경 기자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암)으로, 사망자 31만 7천680명 중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암에 걸려도 생존하는 환자 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고 한다.
인하대병원 열린진료실에서는 지난해 포스트를 통해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에 대해 소개했다.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치료는 단순히 암 환자의 ‘생존’에만 집중하던 것을 넘어서 암 환자의 ‘삶의 질’ 증진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는 암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모든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distress)’를 필수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디스트레스란, ‘심리적 고통이 함께하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주로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며,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암센터에서는 암 환자의 3명 중 1명이 디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보다 유병률이 더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암 환자 중 40%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암 환자의 우울, 불안, 불면, 식욕부진, 구역감, 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디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환자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 의지에도 영향을 미쳐 치료 순응도를 떨어지게 한다.
또,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는 신체 증상의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된 디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암의 진행을 촉진한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는 폐암 환자들이 더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자들은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와 같은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디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치료 후유증, 신체 기능의 저하들은 암 환자의 정신건강문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의 여러 병원에서는 암 환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클리닉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암 환자와 보호자 분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모르고 있다. 또, 알고 있다 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진료를 주저하기도 한다.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를 단순한 개인의 취약성으로 여기는 편견, 치료 과정에서 사용되는 약물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암 환자를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장벽이 된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유할 경우 환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에 대한 염려로 인해 진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암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암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우울,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 증상뿐 아니라, 통증, 식욕부진, 구역감과 같은 신체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의 환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암으로 인한 절망이 더 나은 삶을 향하는 희망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즉, 암과 같은 극한 역경 이후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암 환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보호자들도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이후 변화된 환자의 모습을 보고 치료를 적극 권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암 환자의 예민, 짜증이 줄어들고 식욕, 수면이 좋아지는 모습은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간병하면서 함께 스트레스를 받던 보호자에게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암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암 진료 과정에서의 우울, 불안, 불면을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극복해야 한다. 암 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삶의 질 증진과 암 후유증 예방관리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10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