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 “예민해도 괜찮아~”
2022.10.03 · 정성경 기자
목욕하다가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 동네 산부인과를 찾은 45세 선미씨는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듣는다. 검사결과 유방암 1기였던 그는 암은 제거됐지만 항암제를 5년 동안 복용해야 한다는게 불안하고 직장에서도 업무에 집중이 안됐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나온 실제 사례다. 저자인 전홍진 교수는 책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암에 걸리면 진단, 수술, 항암 과정을 다른 환자들보다 더 힘들게 통과한다”며 “초기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병원마다 암환자 건강클리닉이 있어 방문하면 부담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는 암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모든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distress)’를 필수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디스트레스란 ‘심리적 고통이 함께하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주로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을 나타내는 용어로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암센터에서는 암 환자의 3명 중 1명이 디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체 암 환자 중 40%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암 환자의 우울, 불안, 불면, 식욕부진, 구역감, 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디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환자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 의지에도 영향을 미쳐 치료 순응도를 떨어지게 한다.
디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우울증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전홍진 교수가 2020년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 차이, 국내 스트레스와 자살 연구 등을 대규모로 주도해온 그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실용서 형식으로는 처음 펴내는 이 책에서 그간의 임상시험 및 상담 사례를 대거 방출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온 이들 대부분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와도 ‘나는 우울증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때 말을 바꿔 ‘당신은 매우 예민한가’라고 물으면 그들은 ‘맞다, 나는 예민한 편이다’라며 수긍한다. 더욱이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와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나는 매우 예민한 편’임을 인정한다.
저자는 바로 이 때문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다. ‘매우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전 교수는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를 통해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수하던 시절 미국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파악하고 두 나라 간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미국의 우울증 환자들은 뚱뚱하고 식욕이 높으며 우울한 기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반면 한국 환자들은 마르고 신체 감각이 매우 예민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았는데, 대체로 자신의 감정을 잘 못 느끼며 감정 표현이 적은 데다, 신체 증상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이런 예민한 특성은 영화나 노래를 잘 만들고 반도체나 자동차 제작에서 능력이 발휘되는 반면, 지나치게 예민하다보니 서로 간에 갈등이 많고 자살률이나 불면증 비율이 높은 특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 책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상담을 바탕으로 하여 예민성에 대한 자가 진단, 주요 우울증상에 대한 설명, 예민성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이 있거나 관련 증상이 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4부에는 자신의 예민성을 잘 조절해 실력과 능력으로 전환시킨 사례 9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책 곳곳에 제시된 진단표나 그래프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부록의 ‘우울증 선별도구’ 역시 독자가 자신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새기도록 해놓았다.
추천의 글
책을 읽어보면 예민한 기질은 흔히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성향임을 알 수 있다. 몰라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힘들어했던 것이다. 예민한 나를 알고 에너지와 대인관계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마음은 훨씬 평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지름길을 알려주는 꼼꼼한 가이드북이다. 평소 자신이 예민한 성격이라고 여겨온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단점으로 여겨온 예민함이 섬세함과 신중함이란 장점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_하지현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민이 고민입니다』 저자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10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