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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의 뇌종양 ‘교아종’, 굶겨서 제거 가능

2022.09.08 · 정성경 기자

뇌의 구조.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뇌의 구조.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아종(약칭 교아종)은 성인에게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암으로 유명하다.

교아종(Glioblastoma)은 뇌 조직에 잘 침습하고 쉽게 퍼진다. 그런데 외과적 수술로는 완전히 절제할 수 없고, 약물치료에도 강한 내성을 보여 문제다.

몇 년 전 타계한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도 교아종으로 오래 투병했다. 현재까지 교아종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중추신경계의 주요 지지세포(supporting cell)인 성상교세포를 종양 주변에서 제거하면 교아종을 빠르게 제거할 뿐만 아니라 재발까지 막는다는 연구결과나 나왔다.

난 1일 저널 '브레인'(Brain)에 실린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의 논문에서다.

빠르게 성장하는 교아종은 성상교세포(Astrocytes)가 공급하는 콜레스테롤로부터 에너지를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성상교세포를 종양 주변에서 제거하면 종양에 대한 영양 공급을 끊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역발상 접근’으로 뇌종양 세포가 아닌 그 주변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교아종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종양 미세환경에서 찾아냈다. 첫째는 면역계의 공격으로부터 종양을 보호하는 것이고, 둘째는 종양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이들 두 메커니즘을 모두 제어하는 게 바로 성상교세포였다.

성상교세포. 출처 뉴욕 줄기세포 재단 연구소
성상교세포. 출처 뉴욕 줄기세포 재단 연구소

별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성상교세포는 뉴런(신경세포)에 대한 영양 공급 및 이온 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가 정상기능을 하게 돕는 것이다. 성상교세포가 다양한 뇌 질환의 호전 또는 악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도 밝혀졌으며 뇌에 위험한 물질이나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관리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엔 성상교세포가 뇌 신경회로를 직접 제어한다는 연구 결과와 신경 퇴행 질환이 생기면 좋은 일만 하는 듯했던 성상교세포가 뉴런을 죽이는 악역으로 돌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교아종 생쥐 모델의 뇌에서 활성화한 성상교세포가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걸 관찰했다. 예상한 대로 이런 생쥐는 4∼5주 이내에 모두 죽었다.

하지만 성상교세포를 제거하자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며칠 만에 종양이 다 사라졌다. 또한 이 생쥐들은 성상교세포를 없애는 치료를 중단해도 대부분 재발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뇌의 정상 기능을 보조해야 하는 성상교세포가 악성 종양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뇌 조직과 교아종 주변 미세환경의 성상교세포를 각각 분리해 유전자 발현을 비교 분석했다. 그러자 두 가지 차이점이 드러났다.

우선, 교아종 덩어리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면역 세포의 반응이 달랐다. 대식세포(macrophages)를 비롯한 면역세포는 순환 혈액으로부터 오거나 성상교세포의 호출 신호를 받고 뇌의 다른 영역에서 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면역세포가 종양 근처에 도달하면 성상교세포의 태도가 돌변했다. 공격을 돕는 것이 아니라 말리는 편으로 성상교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력이 떨어지게 했고, 이것이 종양을 보호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상교세포는 또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들어, 정신없이 분열하는 교아종에 넉넉히 공급했다.

교아종엔 뇌 안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꼭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뇌의 뉴런(신경세포) 등에 에너지를 대 주는 성상교세포의 '콜레스테롤 공장'이 유일한 공급원일 수밖에 없다. 뇌가 아닌 다른 기관이라면 혈액 쪽을 기대할 수 있지만, 뇌에선 이 루트가 혈뇌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성상교세포의 유전체에서 유력한 치료 표적을 찾아냈다. 성상교세포가 만들어내는 'ABCA1'으로 콜레스테롤을 종양에 운반하는 특정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게 종양 주변 성상교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자 단 며칠 만에 종양이 굶어 죽었다.

과학자들이 세운 '굶겨 죽이기 가설'(starvation hypothesis)은 교아종 환자에게서 채취한 종양 세포 샘플에서도 입증됐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리오르 메이요 박사는 "뇌 질환 치료에서 혈뇌장벽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됐다"라면서 "교아종이 뇌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건 모두 혈뇌장벽 덕분"이라고 말했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9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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