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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타는 '전이성 암', 마이크로칩으로 걸러낸다

2022.08.18 · 정성경 기자

국립암센터 김용연 교수의 암전이와 순환종양세포 논단 중. 출처 한국분자 세포 생물학회
국립암센터 김용연 교수의 암전이와 순환종양세포 논단 중. 출처 한국분자 세포 생물학회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이 전이에 의한 것이다. 전이는 종양 세포가 한 기관이나 부분으로부터 거리상으로 분리된 곳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암에서 떨어져 혈액의 흐름을 타고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는 암세포를 '순환 종양 세포'(CTCs)라고 한다.

CTCs는 암을 퍼뜨리는 전이암의 씨앗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혈액 내의 CTCs가 워낙 드문데다 분리 과정에서 파괴될 위험도 크기 때문에 과거엔 CTCs를 추적해 분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미국 조지아 공대 과학자들이 CTCs를 탐지해 안전하게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지아 공대 전기 컴퓨터 공학 대학의 파티흐 사리오글루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그리고 지난 1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암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이하고,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이 기술은 암 치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전이암을 찾아낸 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원발암에서 떨어진 암세포는 클러스터(cluster, 군집)를 형성해야 다른 기관에 전이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나하나의 CTCs는 흐르는 혈액의 거친 환경에서 자력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CTCs가 클러스터를 형성하면 훨씬 더 강해져 효율적인 '전이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된 논문 개요. 출처 AAAS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된 논문 개요. 출처 AAAS

CTCs 클러스터는 혈류에 실려 떠다니는 '미세 색전'(circulating tumor microemboli)처럼 여러 개의 CTCs가 뭉친 걸 말한다.

문제는 CTCs 클러스터를 찾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의 혈액엔 1㎖당 수십억 개의 세포가 있는데, CTCs는 혈액 1㎖당 적게는 1개, 많게는 10개가량 존재한다.  게다가 CTCs 가운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건 2∼5%에 불과하며 CTCs의 생성률과 반감기(혈액 내 생존 기간)도 암의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 찾기가 극히 어렵다.

이미 연구된 여과기술도 있지만, 여과하는 힘이 너무 강해 거르는 과정에서 CTCs 클러스터가 해체되어 사리오글루 교수팀은 기존의 여과 기술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클러스터 웰'(Cluster-Well)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다.  CTCs 클러스터만 정확히 걸러낼 수 있을뿐 아니라 혈액 샘플의 수많은 세포 중에서 어느 게 암세포인지 식별하는 성능도 갖췄다.

그리고 난소암과 전립선암 환자의 혈액 샘플에 '클러스터 웰'을 테스트했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혈액에서 1인당 적게는 2개부터 많게는 100개 이상의 CTCs 클러스터를 분리했다.

난소암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클러스터엔 수백 개의 CTCs가 살아 있는 상태로 관찰됐다. 이로인해 CTCs 클러스터가 암의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립선암 환자의 CTCs 클러스터에 대해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해 보니, 환자에 따라 발현하는 유전자가 달랐다.

이는 개인 맞춤형 표적 치료에 적용될 잠재력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클러스터 웰' 검사가 암 치료 과정의 일상적인 절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리오글루 교수는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는 포착하기조차 매우 어렵다"라면서 "하지만 우리 기술을 쓰면 지금까진 실현하기 어려웠던 정밀성과 실용성을 갖춰 어떤 암의 클러스터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스쿨에 게재된 기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미국암협회(ACS), 국립암센터(NCC), 일본국립암연구소(NCCJ), 엠디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등 검증된 기관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8월 작성 시점의 정보입니다. 치료 기준·급여 정보는 바뀌었을 수 있으니, 진료와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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